파비오 칼베티 위로를 건네다 (Fabio Calvetti. Consolazióne)
깊어가는 가을, 우리의 삶을 잠시 되돌아보고 현실 속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는 전시회가 개최된다. 특히 외롭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될 만하다. 전시의 컨셉이 현대인들에게 ‘예술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비오 칼베티는 1956년 중세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도시 체탈도(Certaldo)에서 태어났다. 그의 작품은 그리움을 넘어 신비에 도달한 슬픔과 우리의 삶을 형이상학적이면서 차분한 톤으로 그려낸다. 바닥을 응시하는 인물의 슬픈 눈빛, 추억의 심연 속으로 침잠하는 칠흑같은 어둠, 묘하게 어우러지는 강렬한 레드컬러로 그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독창적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칼베티는 사람들의 고독을 단순히 외롭고 슬픈 감정으로 접근하지 않고 작품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적 접근방법을 찾는다.
그 대표적 방법이 콜라주 작업이다. 예술가에게는 자신이 그린 감성적 이미지와 일상 속의 물건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작품에 엽서, 항공권, 편지 등을 사용해 관람객들이 주제에 대해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콜라주 효과는 작품해석을 돕는 일종의 실마리 역할을 하면서 프레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표현력을 입체적으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는 기획단계에서 작품은 물론 전시장 구성까지도 작가가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칼베티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전시장의 동선에서부터 작품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계획했고, 이에 따라 각 전시공간에는 그가 던지는 화두가 독립적으로 전개되어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결코 과하지 않게 정제된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사막과 같은 도시 풍경, 한밤중에도 활짝 열려있는 창문, 소파에 홀로 앉은 여인, 손으로 감싸고 있는 머리, 진보를 향한 계단 등 작품 속 독특한 이미지들은 관객에게 무심코 살아온 자신의 삶을 문득 되돌아보게 하는 파장을 전달한다. 이런 자극을 통해 관객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 관객은 칼베티와 함께 예술로 소통을 한 것이 된다.
파비오 칼베티(Fabio Calvetti)
데뷔 초기부터 쌓은 국제적 감각과 프레임을 깨는 파격적 독창성
파비오 칼베티는 1956년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 체탈도에서 태어났다. 피렌체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외국에서 전시활동을 시작하면서 화가로서 경력을 쌓아갔다. 외국에서 첫 전시회를 한 이유는 당시 이태리 갤러리들이 젊은 예술가보다는 상업적으로 검증된 작가들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데뷔 초기부터 쌓은 국제적 경험을 통해 칼베티는 폭넓은 국제적 감각과 자부심을 키울 수 있었다.
칼베티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1987년에는 미술비평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태리 화가’라는 호평을 받았다. 1990년대 초부터는 이태리 전역은 물론 유럽, 일본, 미국, 한국, 싱가포르 등 동서양 주요 도시의 대형갤러리에서 작품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칼베티의 작품에서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공허함이 느껴진다. 텅 빈 기차역, 한밤 중에 활짝 열려있는 창문,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사람들. 칼베티가 그리는 인물들은 건물이나 방 안, 도로 위 등 사실적으로 표현된 도시 어딘가에서 무거운 마음, 어둠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겪는 고뇌일 수도 있고 군중 속의 고독을 표방하는 도시 환경과의 대면을 의미한다. 혹은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느끼는 신비와 외로움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공허와 부재이기도 하다.
칼베티는 액자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에 기차표나 다이어리, 엽서, 항공권영수증 등을 콜라주 형식으로 부착해서 프레임의 정형성을 깨고 작품에 자유로움을 부가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관객의 작품 해석을 돕는 일종의 실마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관객들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