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니 모레티 영화 5편 참여
2017. 4. 12. - 5. 20. 국립현대미술관, MMCA필름앤비디오
MMCA 필름 앤 비디오는 주한이탈리아문화원과 협력하여 <이야기의 재건: 4 다중구조, 이것 또는 저것> 영화제를 개최하여 삶과 이야기의 근본적인 관계에 대한 질문이 곧 영화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난니 모레티, 알랭 레네, 홍상수 세 감독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누군가의 삶에 일어나는 사건을 시간을 인식 하는 존재인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우연한 결과물처럼 여긴다면, 사건들의 집합체인 이야기 그 자체는 정의 내릴 수 없는 미스터리로 다가온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도 이야기하기 위해 그 사건을 기억하는 순간 그 사건이 지닌 불완전성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행위에 대한 질문이 곧 영화적 서사를 탄생 시키기도 한다. 이야기하는 방식도 인물의 욕망에 대한 해석도 전혀 다르지만 〈이야기의 재건4〉에서 상영될 세 감독의 영화들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물의 행동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연구하고 재구성하는 세 감독의 고유한 방식들은 각자 인간의 욕망 또는 자아와 사회의 관계성에 대한 통찰의 결과물로 보인다.
난니 모레티 영화 5편 참여
- 좋은 꿈
난니 모레티 ┃ 이탈리아 ┃ 1981 ┃ 105min ┃ 35mm ┃ Color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젊은 영화감독 미켈레는 자신의 영화가 상영된 후 관객과의 대화를 곳곳에서 진행하면서 다음 영화 〈프로이트의 어머니〉의 제작을 준비한다.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혼란스러운 단계에서 순수한 창작자이자 자본과 대중의 관심을 얻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영화감독인 미켈레의 모순된 두 개의 자아가 갈등을 빚는다. 미켈레의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쓰여지는 장면들과 당시 이탈리아의 사회정치적 상황들, 그리고 그의 개인적 욕망 등이 혼란스럽게 교차하고 그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을 자책한다.
- 4월
난니 모레티 ┃ 이탈리아, 프랑스 ┃ 1998 ┃ 96min ┃35mm ┃ Color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과 영화감독인 난니 모레티 개인의 삶은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그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 개인의 삶은 그 시대의 정치적 은유처럼 비친다. 1994년 3월 28일 중도우파연합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선거에서 이긴 후부터 1997년 8월까지의 여정속에서 모레티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면서 1950년대 트로츠키주의자인 요리사에 관한 뮤지컬 영화 제작을 시도한다. 베를루스코니가 선거에서 참패하고 이탈리아 공산당이 사상처음으로 승리를 거두는 가운데 그의 아들이 태어난다. 가장 사적인 삶의 에피소드와 정치적 담론이 치열하게 만나는 서사구조의 좋은 예다.
- 빨간 비둘기
난니 모레티 ┃ 이탈리아, 프랑스 ┃ 1989 ┃ 89min ┃ 35mm ┃ Color
공산당 국회의원이자 수구선수인 미켈레는 자동차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는다. 수구팀의 동료들이 입원중인 그를 찾아오고, 수영장으로 간 미켈레는 동료들의 시합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시작한다. 수구 경기 장면들은 사회정치적 상황의 은유처럼 미켈레의 어린 시절과 투쟁적이었던 청소년기, 공산당의 미래가 주제인 토론회에 참석했던 기억 등을 환기시킨다. 그의 기억상실증은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젊은 공산주의자였던 기억을 재구성하게 하며, 수구경기의 마지막 패널티슛은 좌우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은유한다.
- 나의 즐거운 일기
난니 모레티 ┃이탈리아, 프랑스 ┃ 1993 ┃ 100min ┃ 35mm ┃ Color
세 개의 에피소드 〈베스파를 타고〉,〈 섬들〉,〈 의사들〉로 구성된 이 영화는 영화감독인 난니 모레티 자신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우화적 일기와 같다. 〈베스파를 타고〉에서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미국 영화〈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을 보기 위해 로마 시내를 베스파를 타고 달리는 모레티의 여정을 따라 로마라는 도시와 모레티 개인의 사소한 열망, 왜곡된 영화비평에 대한 통렬한 비판 등이 이어진다. 〈섬들〉에서 모레티는
다음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친구인 제랄도와 함께 작업하기에 좋은 조용한 섬들을 찾아 나서지만 그의 여행은 결국 실패한다. 〈의사들〉은 실제로 림프선 종양으로 수술을 해야 했던 모레티 개인이 초기증상인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만 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사소한 문제의 해답을 찾아 나선 사적인 여행일기 형식의 이 영화는 산업화 이후 이탈리아 사회의 많은 문제들, 논쟁적인 담론들 속에 담긴 아이러니를 유머를 통해 보여준다.
- 악어
난니 모레티 ┃ 이탈리아, 프랑스 ┃ 2006 ┃ 112min ┃ 35mm ┃ Color
이탈리아 B급 영화의 개척자로 불리던 영화제작자 브루노 보노모는 잇단 흥행실패로 10년간 새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다 오랜만에 〈콜럼버스의 귀환〉이라는 새 영화의 제작을 도모한다. 그의 아내가 주연배우로 출연했던 저예산 B급 영화의 오마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무대로 향하던 브루노는 아이를 업고 온 한 젊은 여성 테레사가 건네는 시나리오를 받는다. 〈 콜럼버스의 귀환〉은 촬영에 들어가게 되지만 연출을 맡은 감독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결국 연출을 포기한다.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브루노의 아내마저 결별을 선언한다. 위기에 처한 브루노는 우연히 눈에 들어온 테레사의 시나리오 〈악어〉를 대충 읽고 제작이 어렵지않은 스릴러영화로 판단해 제작에 들어간다. 브루노는 아예 테레사에게 연출까지 의뢰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비자금 은닉과 관련된 소송, 재판과정을 그린 정치적 영화이자 테레사의 첫 장편영화인〈악어〉의 촬영이 시작된다.
출처: MMCA필름앤비디오